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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장 러브레터

10월 신교장의 러브레터 - 6학년 지리산 둘레길 여행
2025-10-30 13:12:52
관리자
조회수   41

사랑하는 밀알두레 가족 여러분!

10월 21일부터 24일까지 3박4일 동안 6학년 밀알들 25명과 4분의 선생님들이 한 팀을 이루어서 걸었던 지리산 둘레길, 22개로 구분되어 있는 둘레길의 총 거리는 285-300km. 3개의 도(전라남/북도, 경상북도)와 5개의 시군(남원, 구례, 하동, 산청, 함양)을 품을 만큼 지리산의 가슴은 넓었습니다.

동강-금계 / 금계-인월 / 인월-운봉(황산대첩비지), 총 3개의 둘레길, 34km를 걷는 것이 밀알두레 6학년의 지리산 일정이었습니다. 22개 중에 3개의 둘레길이라고 하면 ‘고작’ 3개? 하실지 모르겠지만 3박4일 동안 하루 종일 걷기만 한다고 생각하면 결코 쉽지 않은 여정구나 하실 것입니다.

동강에서의 첫 출발은 ‘의기양양’ 했습니다. 얼마나 힘든지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모르면 용감하고, 모르는 것이 약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동강에서 출발한 아이들을 용유담 계곡(3시간 산행 후)에서 만났는데 여전히 ‘의기양양’ 했습니다.

둘째 날과 셋째 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중간 중간에 만난 아이들은 여전히 기세가 등등했습니다. 무슨 이유인지는 끝까지 알아내지 못했지만 대략적인 감으로는 아이들의 ‘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들은 서로 서로 쉼 없이 조잘조잘, 재잘재잘을 반복했습니다. ‘힘이 들면 말하는 것도 귀찮을텐데 힘이 들지 않아서 그래’라고 말 할 수 있겠지만 우리 아이들은 아마 쉼 없이 말을 하는 즐거움에 빠져 힘이 드는지, 안 드는지를 자각할 여력조차 없었던 것이라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여러가지 재미있고 기억할만한 에피소드들이 많이 있었지만 지면 관계상 이번 편지에서는 아이들이 쓴 ‘지리산 3행시’ 우수상 3편과 재치상 2편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1.조윤의 3행시

:지리산을 와보니까 걷고 있고 걷다보니

:()전 생활이 감사해지고

:산채로 집에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풍경이 좋다.

-‘산채로 집에 갈 수 있을까?’ 라는 표현이 압권이었습니다. 고된 지리산 산행을 한 마디로 정리해주었습니다.


2.남궁율의 3행시

:지리산을 걷다가

:리본에 적힌 밀알두레를 보면 왠지 기분이 좋다.

:산속의 생활을 하다보면 집이 그립지만 친구들과 함께이니 좋다.

-매년 지리산에 갈때마다 밀알두레 리본을 만들어 갑니다. 선배들이 묶어 놓은 리본을 발견하면 얼마나 반가운지요. 힘과 격려가 되는 리본을 잘 표현했습니다.

3.채지원의 3행시

:지리산에서

:리본 매듭처럼 똘똘 뭉친 우리

:산에서 점점 뭉쳐지는 우리

-둘레길 나무 곳곳에 매듭지어진 리본을 보면서 6학년 공동체가 똘똘 뭉쳐지길 바라는 마음, 그리고 서로 돕고 협력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 마음이 귀하게 여겨졌습니다. 

4.고선율의 3행시

:지리산에서

:() 신기원 교장선생님을 보니

:산에서도 기쁩니다.

-3행시 상을 받기 위해 의도적으로 교장선생님을 언급한 매우 정치적인 시였습니다. 하지만 이 시를 읽고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저도 인간입니다.

5.김지성의 3행시

:지리산에 갈때는,

:리 화장실에 다녀와라

:산에는 화장실이 없으니까.

-둘레길을 걷다가 소변이나 대변이 급하게 되면 곤욕을 치루게 됩니다. 화장실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경험자가 아니면 말 할 수 없는 보석같은 교훈을 3행시에 담았습니다.

자연을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연을 바라보게 됩니다. 도시 생활은 자연이 옆에 있어도 자연이 없는 것처럼 소외시켜버립니다. 오랜만에 잊었던 친구를 만나듯 자연을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돌아와보니 지리산에서 만났던 자연이 남양주 왕자궁 마을에도 고스란히 우리 곁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늘 그 자리에서 우리 곁을 지키고 함께 해준 자연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져봅니다. 하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보아야겠습니다. 밀알두레 뒷산에 가득한 자연과 자연의 향기를 맡아보아야겠습니다. 산책을 나가서 가을볕도 바람도 맞아보아야겠습니다. 이것이 자연스러운 것이겠지요.
 

2025년 10월 31일 밀알두레학교 심부름꾼

신기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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