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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장 러브레터

7월,8월 - 신교장의 러브레터 - '틈'을 만나다
2024-08-30 11:32:34
관리자
조회수   138

사랑하는 밀알두레 가족 여러분!


저는 이번 여름에 8학년 몽골 해외이동배움에 참여했습니다. 
25박 26일 전체 일정 중에 11박 12일의 시간을 밀알들과 선생님들과 함께 했습니다. 
 

7월 14일 주일 아침 눈을 떴는데, 창문 [틈]으로 아침 햇살 한 움큼이 성큼 들어와 있었습니다. 
그 순간, [틈]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틈]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받은 영감(Inspiration)으로 [틈]이란 시를 쓰게 되었고, [틈]에 대한 단상을 적게 되었습니다. 


우리 공동체 모든 구성원들과 나누고 싶어서 그 날의 ‘시’와 ‘단상’을 올립니다. 

   
[ 틈 ]

아무리 울창한 나무라도 
하늘, 바람이 스며들 틈이 있고,

아무리 촘촘한 시냇가 돌맹이도
가재, 피라미가 쉴 틈이 있다.

치밀한 그물망에도 물은 흐르고
꼼꼼한 모기장에도 공기는 드나든다.

빛은 틈으로 존재하고
바람은 틈 사이로 흐른다.

틈이 있어 눈부시고
틈 때문에 숨을 쉰다.

틈이 사랑스럽다.

 

몽골에 오니 비로소 틈이 생겼다. 시간에도 틈이 생기고, 공간에도 틈이 생겼다. 관계에도 틈이 생겼다. 
밀착된 삶과 밀집된 일들은 언제나 틈을 메꾸라고 한다. 퍼 넣어도, 쏟아 부어도 좀처럼 메꿔지지 않는 시간과 공간 앞에 지쳐 소진된다. 


오늘 아침. 주님이 틈을 주신다. 틈의 가치를 보게 하신다. 
틈으로 세상을 보게 하신다. 세상 모든 것들에 틈이 있음을 알게 하신다.


틈 사이로 보이는 세상이 아름답다. 
문 틈으로 문밖을 보면 새로운 문 밖 세상이 보인다. 
창 틈으로 창밖을 보면 새로운 창 밖 세상이 들어온다. 


한 쪽 눈은 감고 한 쪽 눈은 카메라 뷰파인더에 밀착해서 바라보던 세상이 얼마나 경이로웠던가?
필름에 인식된 피사체를 현상하고, 현상한 필름을 인화하기까지 기다렸던 시간이 얼마나 설레였던가?


이제는 눈감고 눈 붙일 카메라가 사라졌다. 
돼지털 하나까지 잡아내는 디지털 카메라가 틈 없이 세상을 찍어 보여준다. 기다릴 필요도, 설레일 시간도 없다.
소중한 ‘틈’을 잃었다. 
소중한 ‘사이’를 잊었다.


틈이 존중 받는 세상이 사이가 좋은 세상이다. 
사이가 좋아야 틈이 존중 받는다.


여름 틈 사이로 어느새 가을이 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틈을 내어준 여름께 고맙다 인사하고 이제 반가운 가을과 사귈 시간입니다. 행복한 가을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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