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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장 러브레터

5월 신교장의 러브레터 - 우땅즈 심방 - 거제 이야기
2025-06-02 13:07:54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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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밀알두레 가족 여러분!

밀알두레학교 15년 전통의 ‘우리땅즈려밟고’(이하 우땅즈)가 5월27일부터 30일까지 3박 4일 여정으로 경상도 17개 지역에서 펼쳐졌습니다. 5월 ‘신교장의 러브레터’의 주제는 ‘우땅즈 이야기, 거제’입니다.

 

우땅즈 기간 동안 밀알두레학교 교장은 여행 중에 있는 두레를 심방하는 것이 전통입니다. 출발하는 날과 귀가하는 날을 제외한 2일 동안 최대한 많은 두레를 방문해야 합니다. 이번에도 단단히(?) 각오를 하고 28일 아침 출발했습니다.

 

심방 첫째 날(28일), 7개 두레를 방문했습니다. 영주-봉화-문경-김천-대구-경주1,2 이렇게 7개 두레의 선생님들과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10시간 21분이 걸렸고 총 510km를 운전했습니다. 그날 밤, 녹초와 파김치가 되었지만 ‘녹은 초’ 때문에 아이들 마음에 조금이라고 기쁨의 빛이 비추었다면, 파김치 때문에 여행에 알싸한 감칠맛이 조금이라도 더 해졌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심방 둘째 날(29일), 4개의 두레를 방문했습니다. 김해-창원-통영-거제를 거쳐 남양주로 돌아온 시간이 자정을 10분 넘긴 12시 10분이었습니다. 13시간 48분을 운전했고, 705km를 달렸습니다.

 

그날 저녁,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거제’에서 있었습니다. 둘째 날, 오후 통영에서 거제로 가는 길에 담당 선생님이 문자를 남겨주셨습니다. 8학년 밀알이 해변에서 발바닥을 다쳐서 피가 났고 그래서 거제에 맑은샘 병원으로 가는 중이라고 하셨습니다. 운전 중에 문자를 받고 횡단보도에 멈춰 섰는데 옆에 큰 병원이 보였습니다. 맑은샘 병원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맑은샘 병원이었습니다. 들어가서 선생님과 아이를 만났고 한 두 바늘을 꿰매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수속과 대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이 진료 후에 상처가 깊어서 입원을 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수술실 상황 때문에 수술은 내일 아침에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내일 아침 8시에 남양주로 올라가야 하는데 내일 아침에 수술이라니? 어떻게 해야하나? 순간 고민이 되었습니다. 우땅즈 마지막 밤을 낯선 병원에서 보내게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숙소에 있다가 내일 아침에 출발하면 남양주 도착 시간이 오후 4시인데 그때까지 상처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고, 결국 내가 귀가하는 길에 태우고 가기로 결정 했습니다.

 

항생제 주사, 파상풍 주사, 소염제 수액까지 맞는 응급조치를 받고 병원을 나와 두레 숙소로 가서 가방을 챙겨서 나왔습니다. 막 문을 나서려는데 두레원 아이들이 갑자기 떠나는 8학년 밀알을 향해 격렬한 환송을 해주었습니다. 아쉬움과 안타까움의 마음이 전해지는 이별이었습니다. 십리도 못가서 발병 날 것 같은 이별을 하는 이미 발병 난 8학년 밀알을 데리고 거제를 출발했습니다. 바람처럼 달려오고 싶었지만 길은 왜 이리 멀고, 잠은 왜 그렇게 쏟아지는지 장장 6시간의 사투를 벌이고서야 학교 앞 크랙잭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집에 도착해서 돌아보니, 17개 두레 방문 계획에서 거제를 제외했다면 ‘오늘 거제에서 발바닥을 다친 밀알은 어떻게 되었을까?’란 질문이 들었습니다. 병원에 남아 수술을 했을까? 선생님 중 한명과 함께 저녁 기차를 타고 귀가했을까? 그럼 나머지 두레원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둘째 날, 거제에 간 것도, 맑은샘 병원 앞에서 차가 멈춘 것도, 병원에서 의사선생님과 함께 의논할 수 있었던 것도, 너무나 정확한 타이밍에 이루어진 사건이었습니다. 한 편의 잘 짜여진 시나리오 대본을 연기한 것처럼 드라마틱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하나님의 연출은 늘 이런 식이셨습니다. 가장 필요한 순간에, 가장 적절한 사람들을 보내셔서 ‘협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 그분은 진정 우리 인생의 탁월한 연출가이십니다.

 

그래서 이번 우땅즈는 ‘거제’뿐만 아니라 17개 두레 모두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그랬나요? 우땅즈를 시작하기 전, 이번 우땅즈는 우땅즈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보자는 기획을 했습니다. ISBN을 받을 정도의 책은 아니지만 그래도 17개 두레의 밀알들과 선생님들 그리고 부모님들의 이야기와 사진들을 실어 우땅즈의 놓치고 싶지 않은 기억들을 세상에 남겨보자는 취지였습니다.

 

아직 못 다한 2025년 우땅즈 경상도편이 궁금하시다면 책 구입을 빠르게 신청해주시기 바랍니다. ㅎㅎ 우땅즈 책 신청은 반별 밴드에 공지된 우땅즈 책구입 신청링크에서 하시면 됩니다. 탁월한 연출가 이신 하나님의 솜씨를 진하게 맛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2025년 6월4일 밀알두레 심부름꾼 신기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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